고혈압의 정의와 대표적 증상,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구분되는 고혈압 원인

 

혈압의 이해로 시작하는 고혈압의 정의

고혈압을 이해하려면 우선 혈압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몸은 장기를 비롯해 모든 것이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세포 하나하나를 집이라고 가정했을 때, 집은 영양분이나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만 살 수 있는데 이것을 공급해 주는 시스템을 '순환계'라고 합니다. 비유를 들어보자면, 보통 우리가 사는 가정집에는 상수도와 하수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상수도는 수도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물을 보내주는 설비를 말합니다. 우리는 그 물을 이용해 세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밥도 짓고, 마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 가정에서 사용된 물은 배수구를 통해 하수도로 내려갑니다. 상수도는 동맥, 각 가정은 세포, 하수도는 정맥에 해당하며, 상수도를 통해 각 가정으로 물을 보내주는 펌프는 심장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만약 하수도가 막히면 어떻게 될까요? 배출하지 못한 오물이 집 안에 넘쳐나고 냄새가 나는 등 생활이 꽤 불편해지겠지만, 사실 생명에는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상수도가 막히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은 물 없이는 살 수 없으므로 상수도가 막히는 것은 곧 생명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이렇듯 동맥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동맥이 막히거나 터지면 세포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혈압 수치는 보통 120/80mmHg를 정상의 기준으로 봅니다. 여기서 120mmHg는 수축기 혈압 수치이고, 80mmHg는 이완기 혈압 수치입니다. 심장이 동맥으로 피를 보낼 때 수돗물처럼 일정한 압력으로 균일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짰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보내게 됩니다. 이 짤 때의 압력이 수축기 혈압이고, 펼 때의 압력이 이완기 혈압입니다. 그러면 이 정상 범위에 속하는 120/80mmHg의 압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간혹 의학 드라마의 수술 장면에서 동맥을 잘못 건드려 피가 수술실 천장으로 솟구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바로 그 정도의 압력이 120/80mmHg다. 반면 정맥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경정맥압, 즉 중심 정맥압은 대개 3~8mmHg로 채 10mmHg도 되지 않습니다. 즉 동맥에 지속해서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문제는 주로 동맥에서 생기지 정맥에서는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실제로 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그 심각성이 매우 크며, 정맥은 문제가 거의 생기지도 않지만 생기더라도 대개는 심각성이 낮습니다. 따라서 고혈압은 '동맥의 혈압이 높은 병'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의 대표적 증상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고혈압은 증상이 없습니다. 목덜미가 묵직한 느낌의 두통이나 어지럼증, 현기증, 이명,실신 등이 간혹 발생하기도 합니다만 고혈압의 증상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문제가 심각해서 병원에 갈 정도의 불편한 증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병원에 갈 정도의 증상이 없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요? 증상이 있는 병과 없는 병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요? 대개는 증상이 없는 병이 훨씬 더 위험합니다. 실제로 고혈압은 병원에 찾아와  의사에게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찾아왔다고 진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국가검진이 널리 행해지기 전까지는 고혈압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합병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축기 혈압이 200mmHg를 넘는다거나, 이완기 혈압이 120mmHg를 넘을 정도로 엄청나게 혈압이 높은 것을 '고혈압 위기' 혹은 '고혈압 적응급'이라고 하는데, 이런 상태가 되면 뇌출혈이나 실명 등 매우 위험한 증상들이 동반됩니다. 이 말은 곧 혈압이 심각할 정도로 높아야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고, 수축기 혈압이 150~160mmHg 정도로 애매하게 높으면 보통은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것이 오히려 치료 시기를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의 원인 : 일차성 고혈압과 이차성 고혈압

고혈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하나는 일차성 고혈압인 본태성 고혈압이고, 또 하나는 이차성 고혈압입니다. 고혈압 환자의 90%가 본태성 고혈압이고, 나머지 10%가 이차성 고혈압입니다. 본태성은 본래 타고난 체질이 그렇다는 뜻이며, 이차성 고혈압 원인으로는 콩팥(신장) 질환이 가장 많고, 그 외 여러 내분비 질환 등이 있습니다. 이차성 고혈압은 뚜렷한 원인이 있으므로 이런 문제들을 교정하면 고혈압이 깨끗하게 완치되기도 합니다. 의학이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고혈압 환자의 90%가 여전히 그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본태성 고혈압의 원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유전입니다. 유전이 본태성 고혈압의 원인이라는 가장 중요한 증거 중 하나는 가족력입니다. 가족 중에 고혈압 환자가 있으면 본인도 고혈압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고혈압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나트륨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혈액검사를 해보면 어떤 특정한 병이 없는 이상 혈관에서의 나트륨 농도가 매우 일정합니다. 나트륨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우리 몸은 건강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면 나트륨 농도가  일시적으로 올라가 콩팥에서 이를 배출하려고 합니다. 이런 배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없는데 이것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지 못해 혈관에서의 나트륨 농도가 올라가면 문제가 됩니다. 고혈압이 생기는 원인을 이렇게 노화나 유전, 나트륨 섭취 등 과학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보다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이유도 있다. 원시시대에는 고혈압이라는 병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평균수명이 20~40세로 매우 짧아서 고혈압이 생길 새가 없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는 과일이나 채소, 통곡물 등이 주요 먹거리였으며, 음식에 소금을 넣어 먹는 조리법도 없었고, 신체 활동량도 훨씬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불과 100년 정도시간 만에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바뀌고 수명 또한 길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적은 양의 나트륨 섭취로 혈압을 높게 유지해야지만 살 수 있던 시대에서, 급격하게 나트륨 섭취는 많아지고 운동량은 떨어진 데다 수명은 길어진 시대로 바뀌면서 고혈압이라는 질병이 생겨난 것입니다. 즉 고혈압은 수명이 길어지면서 생겨난 병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보다 더 오래 살기 위해 고혈압을 치료하려고 애쓰는 시대입니다.